KAIST, 뼈의 단단함을 모사해 광학적 특성을 매우 크게 증대시킨 신물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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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뼈의 단단함을 모사해 광학적 특성을 매우 크게 증대시킨 신물질 개발
  • 송윤영 기자
  • yaho1130@hanmail.net
  • 승인 2020.06.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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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동작하는 인공 신경망, 초고속 광소자 등 여러 분야에서 응용 기대
비선형 광학에서 60년 동안 달성하고자 했던 고효율의 작은 비선형 광소자 개발에도 도움줄 것으로 예상
(사진제공=KAIST)(좌)신종화 교수(우)장태용 박사과정
(사진제공=KAIST)(좌)신종화 교수(우)장태용 박사과정

(대전=세종충청뉴스) 송윤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동물 뼈가 그의 구성성분인 단백질보다 수천 배 단단할 수 있는 생체역학적 원리를 모사해 광학적 비선형성이 기존 물질 대비 수천에서 수십억 배나 큰 신물질을 개발했다.

비선형성이란 입력값과 출력값이 비례관계에 있지 않은 성질인데 광학에서 큰 비선형성을 확보할 경우, 빛의 속도로 동작하는 인공 신경망이나 초고속 통신용 광 스위치 등의 광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

KAIST(총장 신성철) 신소재공학과 신종화 교수 연구팀은 벽돌을 엇갈려 담을 쌓는 것과 같이 나노 금속판을 3차원 공간에서 엇갈리게 배열하면 물질의 광학적 비선형성이 매우 크게 증대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신종화 교수 연구팀이 이번 연구를 통해 발견한 비선형성 증대원리는 광학뿐만 아니라 역학, 전자기학, 유체역학, 열역학 등 다양한 물리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KAIST 신소재공학과 장태용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피직스(Communications Physics)' 58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 Mimicking bio-mechanical principles in photonic metamaterials for giant broadband nonlinearity).

영화 스타워즈의 광선 검처럼 잘 제어된 빛을 만드는 것이나 빛만으로 구동되는 광컴퓨터를 만드는 것은 비선형성을 이용할 때 가능한데,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강한 비선형성을 가진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자연 물질의 작은 비선형성으로도 초고속 광소자, 3차원 광식각 공정, 초 고분해능 현미경 등의 기술들이 구현될 수 있지만, 이들은 크고 비싼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하거나, 큰 장비 혹은 소자가 필요하다는 공통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에는 미세한 인공 구조체를 설계해서 그 틈에 빛을 모으는 방법이 많이 시도돼왔다. 비선형성은 빛의 세기에 비례하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하면 같은 부피의 자연 물질 대비 작은 빛의 세기로 비슷한 수준의 비선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최대로 얻을 수 있는 비선형 효과의 크기는 결국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응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신 교수 연구팀은 물질의 근본적인 전기적 특성인 유전분극(물체가 전기를 띠는 현상)을 매우 크게 조절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나노 금속판이 3차원에서 엇갈려 배열돼있으면 국소분극이 공간을 촘촘하게 채우면서, 마치 시냇물이 모여서 강이 되듯, 전체적으로 매우 큰 분극을 만들게 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빛의 세기가 아닌 분극의 크기를 조절해 큰 비선형성 및 비선형 효과를 얻는 방법은 이번 신 교수 연구팀이 이번 연구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인데 비선형 광학이 60년 동안 달성하고자 했던 고효율의 작은 비선형 광소자 개발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고안한 메타물질(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매우 작은 크기로 만든 인공 원자의 주기적인 배열로 이루어진 물질)이 시간적으로 짧은 광신호에 대해서도 큰 비선형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통해 기존보다 효율적이면서도 더 빠른 광소자 구현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 연구에서 활용된 소자는 비슷한 신호 시간을 가지는 기존 소자보다는 에너지 효율이 약 8배나 뛰어나고 비슷한 에너지 효율을 가지는 기존 소자보다도 신호 시간은 약 10배 정도 짧다. , 신호의 시간과 소요되는 에너지의 곱으로 표현되는 성능 기준으로 보면, 이 소자는 현재까지 개발된 광소자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연구팀은 또 고안한 메타물질이 광학 이외의 물리 현상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단단함 대비 뼈의 단단함을 설명하는 모델이 이번 연구에서 고안한 광학적 비선형성 증대원리와 수학적으로 매우 유사함을 증명했다. 따라서 유체역학에서의 물질전달률, 열역학에서의 열전도율 등의 증대에도 신 교수 연구팀의 연구방법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종화 교수는 "올해는 지난 1960년 레이저가 발명된 지 60년이 되는 해로, 레이저의 발명이 `센 빛'을 최초로 만든 것이라면 이번 연구성과는 `센 물질', 즉 광대역에서 매우 큰 유전분극 증대율을 보이는 물질을 최초로 발견하고 증명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ˮ"기계학습을 위한 초고속 인공 신경망 등 다양한 광 응용 소자의 구현을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 하고 있다ˮ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연구개요

1. 연구 배경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은 매우 선형적이기 때문에, 유의미한 수준의 광학적 비선형성을 얻기 위해서는 고출력 레이저와 같은 강한 빛을 물질의 특정한 결정 방향에 맞추어 입사되도록 조정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의 비선형 소자들은 물리적 크기와 에너지 소모가 큰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진 현상을 직접적으로 이용하여 약한 자연 물질의 비선형성을 증대시키고자 한 시도가 많았다. 이 경우 공진 주파수를 소자의 작동 주파수와 맞도록 조정한다. 그 결과로 공진 주파수에서는 큰 비선형성을 보이지만, 작동 주파수가 달라지면 비선형성이 급격하게 작아진다. 특히, 공진 주파수에서의 증대율과 비선형성이 높게 유지되는 주파수 대역폭은 서로 상충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광학적 비선형성 증대를 주파수에 의존하지 않는 정전기적 관점에서 해석하여 전혀 새로운 증대 방법을 고안하고자 하였다.

2. 연구 내용
정전기적 관점에서는, 물질의 광학적 특성이 직류 전기 회로에서의 축전기의 축전용량에 대입되어 설명될 수 있다. 축전용량은 두 전극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커지며, 마주 보는 면적이 넓어져도 커진다. 따라서 단위 부피에 큰 축전용량을 가지게 하는 방법은 넓은 전극을 작은 틈을 두고 엇갈리게 배열하는 것이다. 비슷한 원리로, 비선형 특성을 보이는 물질 내부에 나노 금속판이 엇갈리게 3차원으로 배열된 전자기 메타물질을 구현하면 광학적 비선형 특성을 매우 크게 증대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비선형성 증대 방법은 기존의 공진 기반 증대 방법과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다르다. 첫 번째로, 비선형성 증대율이 매우 넓은 주파수 대역에서 일정하며 증대율의 크기도 기존방법에서의 최댓값보다 클 수 있다. 두 번째로, 기존방법에서는 전체 소자나 물질 부피 대비 작은 국소영역에서만 큰 비선형성 증대가 일어나는 데 반해, 이번에 개발된 메타물질에서는 전체 부피의 절반가량의 넓은 부분에서 균일하게 큰 비선형성 증대율을 보인다.

특히, 이와 같은 공간 채움 효과는 현재까지 선형 및 비선형 분극의 크기를 증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자연계의 물질 및 현재까지 개발된 메타물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이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의 메타물질의 광학적 특성은 학계에 잘 알려진 비선형성에 관한 밀러의 법칙에 크게 벗어나며, 이번 연구에서 수정된 밀러의 법칙을 제시하였다. 또한, 내부 나노 금속판의 모양과 배열 및 비선형 물질의 국소 결정 방향을 조절하여 다양한 결정구조의 메타물질을 구현할 수 있음을 밝혔다.

3. 기대 효과
시간적으로 짧은 광 펄스에는 넓은 주파수 대역의 빛이 섞여있기 때문에, 짧은 광 펄스로부터 효과적인 비선형 효과를 얻으려면 넓은 주파수대역에서 비선형성이 커야 한다. 이번에 개발된 전자기 메타물질은 이를 만족하는 최초의 후보물질로써 초고속 광소자로의 응용이 기대된다. 본 연구에서는 전산모사를 통해 30 fs, 380 fJ의 초고속 저에너지 펄스에 대해 10 dB 이상의 효과적인 광변조가 가능함을 보였다. 더 나아가, 본 연구에서의 증대원리가 뼈가 단백질에 비해 높은 강성을 갖는 이유와 같음을 보였고, 기계역학, 광학뿐만 아니라 유체역학, 열역학 분야의 다양한 물리 소자로의 응용이 기대된다.

그림 1. 광학적 거대 비선형성을 갖는 메타물질과 동물 뼈의 구조 비교
그림 1. 광학적 거대 비선형성을 갖는 메타물질과 동물 뼈의 구조 비교

그림 1. 광학적 거대 비선형성을 갖는 메타물질과 동물 뼈의 구조 비교: 동물 뼈의 일부 구조에는 부드러운 단백질 망에 단단한 미네랄 판이 엇갈려 배열되어있다. 본 연구에서의 메타물질은 자연의 비선형 물질 내부(그림에는 표시되지 않음)에 나노 금속판이 엇갈려서 배열돼있다. 이들의 물리량 증대원리는 수학적으로 매우 비슷하다.

그림 2. 본 연구에서의 메타물질의 비선형 특성을 나타낸 도식
그림 2. 본 연구에서의 메타물질의 비선형 특성을 나타낸 도식

그림 2. 본 연구에서의 메타물질의 비선형 특성을 나타낸 도식: 기존 메타물질의 경우 비선형성은 커지지만 같은 부피의 자연계 물질 대비 최대로 얻을 수 있는 비선형 분극의 크기는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비선형성뿐만 아니라 비선형 분극 최대값을 높인 최초의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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