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악성 유방암 세포를 치료 가능한 상태로 되돌리는 암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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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악성 유방암 세포를 치료 가능한 상태로 되돌리는 암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 개발
  • 송윤영 기자
  • yaho1130@hanmail.net
  • 승인 2021.11.3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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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현 교수팀, 암세포의 성질을 변환시켜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개념 제시
(사진제공=KAIST)(좌)조광현 교수,최새롬 박사과정
(사진제공=KAIST)(좌)조광현 교수,최새롬 박사과정

(대전=세종충청뉴스) 송윤영 기자 = KAIST(총장 이광형)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악성 유방암세포를 치료 가능한 상태로 되돌리는 암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유방암 아류 중에서 가장 악성으로 알려진 삼중음성 유방암(basal-like 혹은 triple negative) 환자들과 호르몬 치료가 가능한 루미날-A 유방암(luminal-A) 환자들의 유전자 네트워크를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삼중음성 유방암세포를 루미날-A 유방암세포로 변환하는데 필요한 핵심 인자를 규명했다. 그리고 이를 조절해 삼중음성 유방암세포를 루미날-A 유방암세포로 리프로그래밍한 뒤 호르몬 치료를 시행하는 새로운 치료 원리를 개발했다.

KAIST 최새롬 박사과정, 황채영 박사, 이종훈 박사과정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암학회(AACR)에서 출간하는 국제저널 `캔서 리서치 (Cancer Research)' 11월 30일 字 논문으로 출판됐다. (논문명: Network analysis identifies regulators of basal-like breast cancer reprogramming and endocrine therapy vulnerability)

현재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적용되는 항암 화학요법은 빠르게 분열해 전이를 일으키는 암세포를 공격해 죽임으로써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는 신체 내 정상적으로 분열하고 있는 세포들까지도 함께 사멸시켜 구토, 설사, 탈모, 골수 기능장애, 무기력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또한 삼중음성 유방암세포들은 이와 같은 독성항암제에 처음부터 내성을 갖거나 새로운 내성을 획득하면서 결국 약물에 높은 저항성을 가지는 암세포로 진화하게 된다. 따라서 삼중음성 유방암에 대한 현재의 항암치료는 내성을 갖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더 많은 정상세포의 사멸을 감수해야만 하는 큰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암세포만을 특이적으로 공격하는 표적 항암요법과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활용한 면역 항암요법이 주목을 받고 있으나 각각 효과와 적용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며 장기치료 시 여전히 내성 발생의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현재 개발된 항암요법들은 암세포를 죽이려는 공통적인 원리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다.

조 교수 연구팀은 시스템생물학 연구기법을 통해 악성 유방암세포인 삼중음성 유방암세포를 호르몬 치료가 가능한 루미날-A 유방암세포로 변환시킨 뒤 치료하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전략을 개발했다. 이를 위해 유전자 네트워크의 수학모델을 개발하고 대규모 컴퓨터시뮬레이션 분석과 복잡계 네트워크 제어기술을 적용한 결과 두 개의 핵심 분자 타겟인 `BCL11A'와 `HDAC1/2'를 발굴했다.

조 교수 연구팀은 BCL11A와 HDAC1/2를 억제함으로써 삼중음성 유방암세포를 효과적으로 루미날-A 유방암세포로 변환시킬 수 있음을 분자 세포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삼중음성 유방암세포에서 이 핵심 인자들을 억제했을 때 세포의 분열이 감소하고, 삼중음성 유방암세포의 주요 세포성장 신호 흐름 경로인 `EGFR'과 관련된 인자들의 활동이 감소했으며, 루미날-A 유방암세포의 주요 세포성장 신호흐름 경로인 `ERa' 신호전달 경로 인자들의 활성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 발굴된 분자 타겟 중 BCL11A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할 수 있는 저분자화합물은 아직 개발된 바 없으며 추후 신약개발과 임상실험을 통해 악성 유방암세포를 치료 가능한 세포상태로 리프로그래밍 함으로써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기술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처럼 암세포의 성질을 되돌리거나 변환하는 암세포 리프로그래밍 기반의 새로운 치료전략이 임상에서 실현된다면 현재 항암치료의 많은 부작용과 내성 발생을 근본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암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 교수는 "그동안 유방암 중에서도 가장 악성인 삼중음성 유방암은 독성이 강해 큰 부작용을 일으키는 화학 항암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었으나 이를 호르몬 치료가 가능하며 덜 악성인 루미날-A 유방암세포로 리프로그래밍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ˮ라며 "이번 연구는 악성 암세포를 직접 없애려고 하기보다 치료가 수월한 세포 상태로 되돌린 뒤 치료하는 새로운 방식의 항암 치료전략을 제시했다ˮ라고 말했다.

조 교수 연구팀은 2020년 1월에 대장암세포를 정상 대장 세포로 되돌리는 연구에 성공한 바 있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암세포 리프로그래밍을 통한 가역화 기술 개발의 두 번째 성과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한국전자통신연구소 공동연구사업, KAIST Grand Challenge 30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붙임 : 그림 설명,연구개요, 용어 설명.

그림 1. 악성 삼중음성 유방암세포를 루미날-A 유방암세포로 리프로그래밍하기 위한 유전체 발현패턴 분석(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삼중음성 유방암과 루미날-A 유방암세포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각 세포 유형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발현되는 유전자를 바탕으로 유전자네트워크 수학모델을 구축하였다)
그림 1. 악성 삼중음성 유방암세포를 루미날-A 유방암세포로 리프로그래밍하기 위한 유전체 발현패턴 분석(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삼중음성 유방암과 루미날-A 유방암세포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각 세포 유형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발현되는 유전자를 바탕으로 유전자네트워크 수학모델을 구축하였다)
그림 2. 대규모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과 복잡계 네트워크 제어기술 적용을 통한 리프로그래밍 분자타겟 발굴(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악성 유방암세포를 호르몬 치료가 가능한 루미날-A유방암세포로 리프로그래밍하기 위한 핵심인자로서 BCL11A와 HDAC1/2를 발굴하였다. 또한 구축한 수학모델과 대규모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이러한 핵심인자들이 (HDAC1/2: 빨간색 약으로 표시; BCL11A: 파란색 약으로 표시) 분자네트워크의 다른 유전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신호흐름경로를 파악하여 삼중음성 유방암세포가 루미날-A 세포로 리프로그래밍되는 메카니즘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림 A와 B). 그리고 핵심인자들이 조절되었을 때 각 세포에서 세포성장 신호경로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낼 수 있었다 (그림 C).
그림 2. 대규모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과 복잡계 네트워크 제어기술 적용을 통한 리프로그래밍 분자타겟 발굴(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악성 유방암세포를 호르몬 치료가 가능한 루미날-A유방암세포로 리프로그래밍하기 위한 핵심인자로서 BCL11A와 HDAC1/2를 발굴하였다. 또한 구축한 수학모델과 대규모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이러한 핵심인자들이 (HDAC1/2: 빨간색 약으로 표시; BCL11A: 파란색 약으로 표시) 분자네트워크의 다른 유전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신호흐름경로를 파악하여 삼중음성 유방암세포가 루미날-A 세포로 리프로그래밍되는 메카니즘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림 A와 B). 그리고 핵심인자들이 조절되었을 때 각 세포에서 세포성장 신호경로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낼 수 있었다 (그림 C).
그림 3. 삼중음성 유방암 세포주 실험을 통한 검증(삼중음성 유방암 세포주에서 BCL11A와 HDAC1/2의 발현을 억제하였을 때  루미날-A에서 관찰되는 중요 인자인 ESR1 유전자 발현과 ERa 단백질 발현이 회복되었고 (상단그림 A-F), 루미날-A 환자 치료를 위한 약물에도 반응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하단그림 G-J).
그림 3. 삼중음성 유방암 세포주 실험을 통한 검증(삼중음성 유방암 세포주에서 BCL11A와 HDAC1/2의 발현을 억제하였을 때 루미날-A에서 관찰되는 중요 인자인 ESR1 유전자 발현과 ERa 단백질 발현이 회복되었고 (상단그림 A-F), 루미날-A 환자 치료를 위한 약물에도 반응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하단그림 G-J).
그림 4. 환자데이터로부터 치료예후 검증(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각 삼중음성 유방암(상단 그림 A-C), 루미날-A 유방암(중간 그림 D-F), 혹은 두 환자그룹 조합(하단 그림 G-I)을 분석하여 BCL11A와 HDAC1/2의 발현이 높은 환자일수록 예후가 나쁨을 확인하였다)
그림 4. 환자데이터로부터 치료예후 검증(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각 삼중음성 유방암(상단 그림 A-C), 루미날-A 유방암(중간 그림 D-F), 혹은 두 환자그룹 조합(하단 그림 G-I)을 분석하여 BCL11A와 HDAC1/2의 발현이 높은 환자일수록 예후가 나쁨을 확인하였다)
그림 5. 전체 연구결과 모식도(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각 삼중음성 유방암(상단 그림 A-C), 루미날-A 유방암(중간 그림 D-F), 혹은 두 환자그룹 조합(하단 그림 G-I)을 분석하여 BCL11A와 HDAC1/2의 발현이 높은 환자일수록 예후가 나쁨을 확인하였다.그림 5. 연구결과 모식도. 삼중음성 유방암 세포에 새롭게 발굴된 분자타겟인 BCL11A와 HDAC1/2의 발현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게 되면 암세포 분자네트워크가 변형되고 그 결과 루미날-A 유방암 세포로 리프로그래밍됨으로써 호르몬치료가 가능하게 된다)
그림 5. 전체 연구결과 모식도(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각 삼중음성 유방암(상단 그림 A-C), 루미날-A 유방암(중간 그림 D-F), 혹은 두 환자그룹 조합(하단 그림 G-I)을 분석하여 BCL11A와 HDAC1/2의 발현이 높은 환자일수록 예후가 나쁨을 확인하였다.그림 5. 연구결과 모식도. 삼중음성 유방암 세포에 새롭게 발굴된 분자타겟인 BCL11A와 HDAC1/2의 발현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게 되면 암세포 분자네트워크가 변형되고 그 결과 루미날-A 유방암 세포로 리프로그래밍됨으로써 호르몬치료가 가능하게 된다)

□ 연구개요

암은 대표적 만성 난치성 질환으로 그 사회경제적 비용이 매우 크며,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 등으로 인해 최근 암 발병률 및 이로 인한 사망이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암환자의 발생 및 사망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의생명과학자들의 집중적인 암 연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크게 감소되지 않았다. 현재의 암치료가 이와 같이 한계를 갖는 근본적인 이유는 모든 치료방식이 암세포의 사멸만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암세포의 약물내성 획득으로 인한 암의 재발 및 정상세포 사멸 등의 부작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개념의 치료원리를 개발하는 것이 절실한 실정이다.

조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현행 항암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전체 데이터와 암세포 분자네트워크 분석, 분자세포실험을 융합한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수행하였다. 악성 유방암세포와 호르몬치료가 가능한 유방암세포의 유전체 데이터를 이용하여 각각의 유전자 발현조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시스템생물학 기법으로 비교 분석해 가장 악성인 삼중음성 유방암세포를 호르몬치료가 가능한 루미날-A 유방암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 핵심인자로서 전사인자 BCL11A와 후성유전학 조절인자 HDAC1/2를 발견하였다. 악성 유방암세포에서 이들을 억제하였을 때 루미날-A 유방암세포의 유전자 발현패턴과 신호전달경로 단백질 활성이 회복되고 호르몬치료 약물에도 반응하게 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생물학 접근방식을 통해 악성 유방암세포를 호르몬 치료가 가능한 암세포로 리프로그래밍하여 변환시키는 치료전략은 지금까지 시도된 바 없으며,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원천기술은 유방암 뿐 아니라 다른 여러 암종에 대해서도 적용 가능하여 향후 다양한 암종에서 현재 항암치료가 가지고 있는 부작용 및 한계를 극복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용어설명

시스템생물학 (systems biology)

복잡한 생명현상이 단일인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러 구성인자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의한 것임을 파악하고 이를 IT의 수학모델링과 컴퓨터시뮬레이션, 그리고 BT의 분자세포생물학 실험을 융합하여 접근함으로써 시스템 차원의 근본적인 메카니즘을 규명하고 생명현상을 체계적으로 제어는 21세기 바이오분야 4차 산업 혁명을 이끌고 있는 새로운 융합연구 패러다임이다.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 (gene regulatory network)

세포가 각 조직에서 고유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조직별 세포 특이적 유전자 발현 패턴과 연관되어 있다. 약 2만 여개 유전자들의 상호작용으로 각 조직의 세포들은 고유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러한 세포 특이적 유전자 발현 패턴은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통해 결정이 된다.

전사인자 (transcription factor)

DNA의 유전 정보를 읽고 특정 시작점인 프로모터(promoter) 영역에 직접 결합하여 유전자 발현을 시작하게끔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인간에게는 최소 1,000여 개에서 최대 2,000여 개의 전사인자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들은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에서 여러 유전자들의 조절자 역할을 한다.

후성 유전학적 조절 인자 (epigenetic regulator)

유전자의 발현은 DNA의 염기서열에 의해 조절됨과 동시에 또한 DNA의 메틸화, DNA를 둘러싸고 있는 히스톤 단백질의 변형에 의해서도 조절된다. 이처럼 DNA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전자 발현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기작을 후성유전학적 조절기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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