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의 직(直)과 치(恥) : 현대 한국정치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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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의 직(直)과 치(恥) : 현대 한국정치를 돌아보다
  • 송윤영 기자
  • yaho1130@hanmail.net
  • 승인 2022.12.16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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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익 정치학 박사

(사)국가발전정책연구원 부원장

2022 임인년(壬寅年)을 마무리하는 12월이니 몇 일 지나면 새해를 맞이한다. 특히 올해는 3월에 20대 대선이 있었고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었다. 선거를 치르면서 다른 선거 때보다도 상대 후보를 헐뜯고 인신공격이 도를 넘었다. 가짜뉴스가 지상파 방송을 넘어 SNS, 유튜브 방송을 타고 넘쳐나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혼란하게 하였다. 이런 혼란한 정치 시대에서는 옛 고전이나 성현들의 말씀으로 돌아가 우리사회가 어떤 상태인지, 우리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성찰하는 것이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우암 송시열 선생은 대정치가요 사상가였으며 학자였다. 더욱이 조선 후기의 정조대왕이 조선 유학사상에서 높은 선생님이라는 뜻인 부자(夫子)라는 말을 붙여 송부자, 즉 송자라고 존칭하였다. 그리고 그의 문집을 송자대전(宋子大全)이라고 명명했다. 다시 말해 우리 역사의 유학자 중에 자를 붙인 인물이 우암 송시열 선생 외에는 없는 것이다. 그만큼 우암의 정치, 학문의 영향력이 컷으며 중국의 공자, 주자의 유학 사상을 존중하고, 조선시대에 율곡 이이, 사계 김장생으로 이어지는 기호학파의 거두이었다. 우암은 학자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선 사회의 부국강병을 위한 경세가로서 실천하였다. 율곡의 사상을 이어 받아 학문 즉 배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을 중요시하였다.

우암의 사상은 직과 치로 대변한다. 우암사적공원에 가면 우암 선생이 직접 쓴 직(直)과 치(恥) 붓글씨 서체를 볼 수 있다. 두 글자는 우암의 철학과 일관된 삶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직은 정직·곧음·바름을 뜻한다. 은진송씨 집안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너무 고지식하고, 고집이 세다라는 말을 한다. 현대에서 우리가 살면서 바른말을 하다보면 고집이 세다는 말을 듣는다. 또 적을 많이 만들고 인간관계에서 충돌하게 된다. 그러나 한 국가, 사회에서 여러 사람들이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조선 역사에 ‘예송논쟁’이 있다. 뭐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할 수 있지만, 복제논쟁으로 조선의 신분사회에서 원칙은 중요했고 우암 선생은 원칙을 말한 것이다. 따라서 직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 질서의 기준인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결정하는 것은 결정권자인 왕이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게 정치 리더십이다.

치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으로 우암의 치는 병자호란 당시 오랑케인 청나라에 굴복한 것을 가장 큰 수치로 생각하였다. 다시는 오랑케와 같은 나라에 머리를 조아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그래서 효종이 왕이되자 기축봉사(己丑封事)를 효종에게 올려 북벌쟁책 추진을 건의하였다. 치는 적이 침략에 굴복하는 것도 부끄러움이지만 자기의 잘못을 모르고 인정하지 않는 것도 부끄러움으로 여겼다. 따라서 자기 부끄럼을 모르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용기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우리 한국사회에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 지도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필부가 아닌 모범이 되어야할 지도자들이 불법, 위법을 행하고 공익보다는 사익을 챙기기 위해 자기에게 주어진 권력을 남용하여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것을 뉴스를 통해서 많이 접하게 된다. 우리 한국 사회가 고소 고발이 일본보다 5배 이상 많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경찰과 검찰에 호출만 당하여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슨 잘못한게 있나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정치인 특히 법을 안다는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이 더 불법, 위법을 저지르고 검찰이 기소를 해도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언론에 나와 말하고 기자회견을 한다. 또한 1심, 2심 판결에도 굴복하고 3심까지 가서도 대법원 판결에도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다.

그럼 직의 바름과 부끄러움 치를 알기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우암은 바른 인식과 호연지기를 알고 실천해야 한다고 하였다. 우암은 적극적인 바른 생활을 행하면서 욕심을 적게 하라고 하였다. 나아가 용기를 말하는데 용기란, 『중용』의 「애공문정장(哀公問政章)」에서 공자는 지인용을 사람에게 달덕(達德)이라며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은 지(知)에 가깝고, 힘써 행하는 것은 인(仁)에 가까우며,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勇)에 가깝다고 하였다. 우암은 평생 새벽에 독서를 하였는데 14세 이후 『맹자』의 「공손추장구상(公孫丑章句上)」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제자 공손추가 맹자에게 스승의 장점을 묻자, 맹자가 말하길, 나는 호연지기를 잘 기른다고 하였다. 다시 공손추가 호연지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호연지기는 그 기가 지극히 크고 강하니 직으로 기르고 해가 없으면(以直養無害) 이 기가 천지에 가득 차게 된다고 하였다. 사람은 덕에 도달해야 하는데 이는 호연지기를 통해서 달성하며 그 근본에는 직이 있고, 부끄러움을 알아야 진정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유래하여 남간사에 가면 이직당(以直堂)을 볼 수 있다.

하나의 국가, 국가공동체에는 많은 사람들이 작게는 가족, 마을, 직장, 이익단체 등이 같이 생활하기 위해 법, 도덕, 관습 등이 사회규범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언제부터인가 단체들이 집단이익만을 주장하며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파괴하는 수준까지 행동하고 있다. 이에 윤석열정부는 법과 원칙을 들어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성원과 지지를 받으며 해결되었다. 그리고 정치인 특히 법을 잘 아는 법조인들이 나서서 법을 준수하지 않고 불법을 저지르는 행태는 우암 선생이 평생 삶으로 강조한 직과 치가 붕괴되면서 나타나는 징조라 생각한다. 한국 사회라는 연못이 혼탁해지는 상황에 자정 작용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우암 선생의 직과치가 다시 살아 움직여야 하는 변곡점에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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