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세종충청뉴스]김형철 기자=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라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는 것이 취미고 일상이 된 시대다. 현지를 찾아가 줄서지 않아도 다음날이면 전국 맛 집의 음식을 우리 집 식탁에 올릴 수 있다. 음식문화가 이동의 한계를 넘어서고, 부엌의 전통적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시장 식품 거래액이 40조 6천 812억으로 사상 처음 40조를 넘어섰다고 한다. 전년 대비 7.7% 늘어난 금액으로, 음.식료품이 29조 8천억, 신선식품(농.축.수산물)이 10조 8천억을 차지했다. 2019년 17조 가량이던 온라인 식품 거래액이 코로나를 지나며 매년 5조씩 급성장했고, 코로나 이후에도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소비패턴의 변화를 겪으며 온라인 식품 구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유통업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5%로 지난해 처음 절반을 넘어섰고, 그 중 식품 매출의 연간 증가율이 18.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식품 카테고리의 가파른 성장은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식품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가 됐다. 여기에 유명 기업들까지 가세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플렛폼 업체들은 전국 각지를 누비며 지역 맛 집의 음식과 농산물을 소싱해 온라인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굳이 시장의 규모를 따지지 않더라도 온라인 시장은 이미 대세다.
고향으로 돌아온 지 3년이 되어간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재료로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일. 농민들의 땀과 노고를 높은 가치로 상승시키는 것. 부여로 돌아온 필자가 품었던 당찬 포부다.
오랜 시간 제품 개발자로, 온라인 판매자로 일해 온 필자가 보기에 부여의 농산물이 새로운 가치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했다. 좋은 상품으로 인정받는 농산물이 풍부하지만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공식품은 많지 않아 보였기에 연령별, 계층별 요구와 구매패턴을 정확히 분석하고 부여의 특색까지 알뜰하게 담아낸 전략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고 누구나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그 답을 ‘협업’에서 찾으려 노력 중이다. 특히 작은 자본으로 제품을 만들어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농민이나 소상공인에게는 아이템 공유와 협업이 실패요인을 줄이는 중요한 전략이 되고, 강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농민이 좋은 작물을 키우고, 개발자가 주 재료와 지역의 특색을 살린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자가 제대로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판매자가 많은 매출을 올리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고, 즐겁게 함께 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제품과 브랜드가 갖는 경제적 가치와 파급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 협업을 통해 우리 지역 농산물의 특성에 맞는 아이템을 개발하고, 건강한 먹거리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수익성 있는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한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 클릭하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무엇보다 그렇게 만들어가는 결과물은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을 수 있는 이유가 되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수익이 지역에 재투자 돼 자본이 순환되는 상생의 역할을 하게 되고, 실패와 성공의 경험들이 쌓여 지역민이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선례로 활용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이상은 단지 이상일 뿐이라고. 짐작해 볼 필요도 없이 필자가 가고자 하는 길이 멀고 험난할 것도 알고 있다. 자신보다 공동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헌신, 참여자가 전문 분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효율적 시스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하는 결단 또한 수없이 요구될 것이다. 그러나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만들어내는 ‘시너지’의 가치는 그 이상이며,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든든하고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또한 뜻이 있으니 반드시 길도 있으리라!
필자가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사는 말이 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으며, 아래로만 흘러 기꺼이 낮은 곳에 머문다. 네모난 곳에서는 네모의 모양으로, 둥근 곳에서는 둥근 모습으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 그리고 낮은 곳으로 흘러 고인 물은 마침내 ‘바다’가 된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사람이 힘이 되는 세상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