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후보, 장준하 선생 45주기 추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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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후보, 장준하 선생 45주기 추모사
  • 김민조 기자
  • minjo34622@naver.com
  • 승인 2020.08.17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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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이낙연 후보 선거캠프)
(사진제공=이낙연 후보 선거캠프)

(대전=세종충청뉴스) 김민조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7일 파주 장준하 추모공원에서 추모사를 발표했다.

아래는 그 전문이다.

8월입니다. 8월은 광복의 달이지만, 잔인한 달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희가 추모하는 장준하 선생님의 삶에서 8월은 더욱 특별합니다.

선생님은 1918년 8월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광복군 동지들과 함께 미군기를 타고 해방조국의 여의도 비행장에 내리신 것은 1945년 8월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경기도 포천 약사봉에서 의문의 사고로 삶을 마치신 것은 1975년 8월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8월 우리는 기막힌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광복절 광화문의 집회에 일장기가 등장했습니다.

선생님을 옥죄었던 독재권력을 잘 아는 사람들이 민주정부를 독재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뒤틀린 현실을 선생님 영전에 보고드리는 올해 8월은 정녕 잔인합니다.

선생님은 광복군이셨습니다.

일제에 학도병으로 징집되셨으나 “광야에서 돌베개를 벨지언정 못난 조상이 될 수 없다”며 목숨을 걸고 일본군을 탈출하셨습니다. 낯선 땅에서 7개월 넘게 풍찬노숙하시며 충칭의 임시정부를 찾아 광복군이 되셨습니다.

이후 선생님은 미군 전략첩보대(OSS) 대원으로 국내진공작전에 참여하셨습니다.

일본의 항복선언으로 국내진공의 뜻은 이루지 못하셨지만, 그 계획은 역사에 굵게 남았습니다.

그런 고난의 역정을 견디신 선생님께 못난 후대는 광복절의 일장기를 보고드리고 있습니다.

참으로 절통합니다.

선생님은 참 언론인이셨습니다.

6.25 전쟁 이후 선생님은 총 대신 펜을 드셨습니다.

선생님이 창간하신 ‘사상계’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며 우리 언론과 민주주의 수호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재야를 선택하신 선생님의 삶은 가시밭길이었습니다.

수십 차례의 연행, 구속, 탄압을 겪으셔야 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끝까지 신념을 꺾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선생님을 국민들은 ‘재야대통령’이라는 호칭으로 존경의 마음을 표시했습니다.

독재 권력은 선생님을 불편한 존재로 여겼을 것입니다.

결국 선생님은 해방 직후 여의도 공항을 밟으신지 30년이 되던 해에 돌베개를 베고 떠나셨습니다.

그런 암울한 시대를 이어받은 사람들이 지금을 독재라고 부릅니다. 그 또한 통탄스럽습니다.

선생님의 죽음을 캐기 위한 노력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성과를 얻지 못하고 선생님의 죽음은 의문사로 남아있습니다.

선생님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21대 국회에서 ‘장준하특별법’이 제정돼 선생님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한 일은 또 있습니다.

2010년 대법원은 선생님께 적용됐던 ‘긴급조치 1호’를 위헌·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2013년에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에 따라 올해 5월 서울중앙지법은 '긴급조치 1호' 최초 위반자로 구속된 선생님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고 합니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항소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법원의 판단을 수용할 것을 법무공단에 요구합니다.

선생님은 질곡의 시대를 의롭고 외롭게 헤쳐오셨습니다.

선생님을 짓누른 시대의 질곡과 그에 치열하게 맞서신 선생님의 삶은 후대가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충분한 가치를 갖고도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준하선생 기념관’을 건립하자고 이 자리에서 제안합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님은 선생님께서 ‘사상계’를 발행하셨던 종로2가 파이롯트 빌딩에 기념관을 건립하려는 생각을 생전에 밝히신 적이 있습니다.

서울시와 국가보훈처가 지혜를 모아 방안을 찾기 바랍니다.

저도 돕겠습니다.

선생님의 생애에 걸친 헌신은 조국독립에 기여했고 해방 조국의 민주화의 초석이 됐습니다.

그런 선생님은 가셨지만, 선생님을 기억하고 선생님의 뜻을 완성해야 할 후대의 과제는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선생님의 영전에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바치며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장호권 선생님을 비롯한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추도식을 준비해주신 장준하기념사업회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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