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자연계 효소처럼 작동하는 신개념 산업용 촉매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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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자연계 효소처럼 작동하는 신개념 산업용 촉매 개발
  • 송윤영 기자
  • yaho1130@hanmail.net
  • 승인 2020.07.3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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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최민기·김형준 교수 연구팀, 기존 팔라듐(Pd) 촉매 대비 선택도는 2배 이상, 안정성은 10배 이상 증진된 신개념 촉매 개발에 성공
생체 내 단백질 촉매인 효소를 모방, 신개념 산업용 촉매 설계의 새로운 장을 열어
(사진제공=KAIST)(왼쪽 뒤부터 시계방향으로) 최민기 교수, 김형준 교수, 신승재 박사과정, 이송현 박사과정
(사진제공=KAIST)(왼쪽 뒤부터 시계방향으로) 최민기 교수, 김형준 교수, 신승재 박사과정, 이송현 박사과정

(대전=세종충청뉴스) 송윤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생체 내 단백질 *촉매인 *효소를 모방해 공급자 또는 개발자가 원하는 화학반응만 선택적으로 유도하되 안정성도 갖춘 기존에 없는 새로운 개념의 산업용 촉매 개발에 성공했다.  

☞ 촉매(catalyst):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물질 간의 화학반응이 잘 일어나도록 돕는 물질. 표면에 흡착된 반응물을 생성물로 빠르게 전환해주는 역할을 한다.
☞ 효소(enzyme): 생체 내의 화학반응을 매개하는 단백질 촉매. 반응물을 전환할 수 있는 금속 촉매 활성점(active site)이 부드러운 유기 고분자인 단백질로 둘러싸인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단백질의 구조에 따라 오직 원하는 반응물만이 활성점에 접근해 생성물로 전환될 수 있다.

KAIST(총장 신성철)는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화학과 김형준 교수 공동연구팀이 실생활에 흔히 쓰이는 플라스틱, 비닐 등의 재료인 화학 원료를 만들 때, 자연계 효소와 동일한 원리로 반응물을 선택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고성능 산업용 촉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화학반응 경로 중 목표하는 반응물을 원하는 생성물로 선택적으로 전환해줄 수 있는 촉매를 디자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촉매 중 가장 효율이 좋은 촉매는 자연계 및 우리 몸 등에 존재하는 `효소'다.

이와 달리 석유화학 산업에서 이용되는 촉매들은 알루미나·실리카·제올라이트와 같이 딱딱한 무기물 표면 위에 금속을 퍼뜨려 노출한 구조로 구성돼 있다. 이런 형태의 촉매에서는 금속 표면에 모든 반응물이 흡착되기 쉬워 특정 반응물만을 선택적으로 생성물로 전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산업용 촉매 설계에서 무기 소재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들이 열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 다양한 반응 조건에서도 촉매가 안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민기·김형준 교수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단백질과 같이 부드럽고 유동성이 있으면서도 매우 높은 열화학적 안정성을 지닌 `폴리페닐렌설파이드(polyphenylene sulfide, PPS)'라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물질을 이용해서 고분자 막이 금속촉매 활성점을 감싼 형태의 신개념 촉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PPS는 내열성과 내화학성이 매우 뛰어나 자동차나 항공우주 산업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상용 고분자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촉매를 이용해 석유화학의 에틸렌 생산 공정 중 매우 중요한 아세틸렌 수소화 반응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는 90% 이상이 *나프타인데, 나프타분해시설(Naphtha Cracking Center, NCC)에서 이를 분해해 에틸렌 및 기타 기초유분들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에틸렌은 주변에 흔한 플라스틱, 비닐, 접착제, 페인트까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데 이용하는 기본 핵심 화학 원료다. 

☞ 나프타(naphtha): 원유를 증류할 때, 35~220℃의 끓는점 범위에서 유출되는 탄화수소의 혼합체이다. 중질 가솔린이라고도 부른다.

나프타를 분해할 때 생산되는 에틸렌에는 미량의 아세틸렌이 불순물로 함께 포함돼 있다. 아세틸렌은 추후 에틸렌을 이용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데 매우 치명적이므로 미량의 아세틸렌을 수소화 반응으로 제거해 주는 공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공정은 99% 이상 에틸렌은 건들지 않으면서도, 1% 미만의 아세틸렌만 선택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난제가 존재해왔다. 

공동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촉매를 이 공정에 적용한 결과 1% 미만의 아세틸렌은 금속 입자를 둘러싸고 있는 고분자막을 투과해 쉽게 전환되는 대신 99% 이상의 에틸렌은 고분자막에 가로막혀 촉매 반응이 진행되지 않아서 기존 팔라듐(Pd) 촉매와 비교할 때 선택도는 2    배 이상, 안정성은 10배 이상 증진된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송현, 신승재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7월 8일 字 온라인판에 게재됐다(논문명: Dynamic Metal-Polymer Interaction for the Design of Chemoselective and Long-Lived Hydrogenation Catalysts). 

최민기 교수는 "자연계의 효소를 모방해 원하는 반응물만 선택적으로 전환할 수 있으면서도 매우 우수한 안정성을 갖는 촉매 설계 방법은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가 없던 새로운 개념ˮ이라면서 "향후 높은 선택도가 있어야 하는 다양한 화학반응에 폭넓게 응용 및 적용될 수 있을 것ˮ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과 LG화학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그림 1. 무기 산화물 및 유기 고분자를 이용하여 합성한 금속 촉매 모식도(일반적인 산업촉매와 같이 무기물에 올린 금속 촉매는 활성점(active site)인 금속 표면이 노출되어 있어 반응물 A, B, C가 모두 그 위에서 반응하여 다양한 생성물 (A-B, A-C, B-C)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금속이 유기고분자로 둘러 쌓여 있는 촉매에서는 고분자막이 선택적으로 반응물의 접근을 허락하고 (예로 A, B만) 특정 생성물 (A-B) 만 만들 수 있다)
그림 1. 무기 산화물 및 유기 고분자를 이용하여 합성한 금속 촉매 모식도(일반적인 산업촉매와 같이 무기물에 올린 금속 촉매는 활성점(active site)인 금속 표면이 노출되어 있어 반응물 A, B, C가 모두 그 위에서 반응하여 다양한 생성물 (A-B, A-C, B-C)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금속이 유기고분자로 둘러 쌓여 있는 촉매에서는 고분자막이 선택적으로 반응물의 접근을 허락하고 (예로 A, B만) 특정 생성물 (A-B) 만 만들 수 있다)
그림 2. 일반적인 무기산화물(실리카)에 담지된 금속 촉매와 유기 고분자에 담지된 금속 촉매의 아세틸렌 및 에틸렌 수소화 전환율 비교(일반적인 무기산화물(실리카)에 담지된 팔라듐 촉매는 아세틸렌과 에틸렌 모두 높은 수소화 활성을 보인다. 반면, 유기고분자인 PPS에 둘러 쌓인 팔라듐 촉매는 아세틸렌에 대해서는 높은 수소화 활성을 보이지만, 에틸렌 수소화 반응은 거의 일어나지 못한다)
그림 2. 일반적인 무기산화물(실리카)에 담지된 금속 촉매와 유기 고분자에 담지된 금속 촉매의 아세틸렌 및 에틸렌 수소화 전환율 비교(일반적인 무기산화물(실리카)에 담지된 팔라듐 촉매는 아세틸렌과 에틸렌 모두 높은 수소화 활성을 보인다. 반면, 유기고분자인 PPS에 둘러 쌓인 팔라듐 촉매는 아세틸렌에 대해서는 높은 수소화 활성을 보이지만, 에틸렌 수소화 반응은 거의 일어나지 못한다)

□ 연구개요

1. 연구 배경
촉매는 화학반응의 활성화 에너지(activation energy)를 낮추어, 촉매 표면에 흡착된 반응물을 생성물로 빠르게 전환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화학 반응 경로 중 목표하는 반응물을 선택적으로 원하는 생성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촉매를 디자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촉매 중 가장 효율이 좋은 촉매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효소(enzyme)이다. 효소는 반응물을 전환할 수 있는 금속 촉매 활성점(active site)이 부드러운 유기 고분자인 단백질로 둘러 쌓인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단백질의 구조에 따라 오직 원하는 반응물만이 활성점에 접근하여 생성물로 전환될 수 있다. 반면 현재 석유화학 산업에서 이용되는 인류가 만든 촉매들은 알루미나, 실리카, 제올라이트와 같이 딱딱한 무기물 표면 위에 금속을 퍼트려 노출시킨 구조이다. 이러한 형태의 촉매에서는 금속 표면에 모든 반응물들이 흡착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반응물만을 선택적으로 생성물로 전환하기에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산업 촉매 설계에서 이와 같은 무기 소재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들이 열화학적 안정성이 우수하여 다양한 반응의 가혹한 조건에서도 촉매가 안정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단백질과 같이 부드럽고, 유동성이 있으면서도 매우 높은 열화학적 안정성을 지닌 폴리페닐렌설파이드(polyphenylene sulfide, PPS)라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이용하여 원하는 반응물만 선택적으로 반응시킬 수 있으면서도 높은 장기 안정성을 보이는 금속 촉매를 개발하였다.
 
2. 연구 내용
폴리페닐렌설파이드(polyphenylene sulfide, PPS)는 내열성과 내화학성이 매우 뛰어나 자동차나 항공우주 산업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상용 고분자이다. 본 연구팀은 PPS에 팔라듐 입자를 담지하여 고분자 막이 촉매 활성점인 금속을 감싼 형태의 촉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였다. 연구팀은 이렇게 합성된 촉매를 이용하여 석유화학의 에틸렌 생산 공정에서 매우 중요한 아세틸렌 수소화 반응에 적용하였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는 90% 이상이 나프타로, 나프타분해시설(naphtha cracking center, NCC)을 이용하여 에틸렌 및 기타 기초유분들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에틸렌은 주변에 흔한 플라스틱, 비닐, 접착제, 페인트까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데 이용하는 기본 핵심 원료이다. NCC에서 생산되는 에틸렌에는 미량의 아세틸렌이 불순물로 함께 포함되게 되는데, 이 아세틸렌은 추후 에틸렌을 이용하여 화학제품을 만드는데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미량의 아세틸렌을 수소화반응으로 제거해 주는 공정이 필수적이다. 이 공정에서는 99%이상의 에틸렌은 건들지 않으면서, 1%미만의 아세틸렌만 선택적으로 전환해야하는 난제가 존재한다. 연구진은 신규 촉매를 이 공정에 적용시킨 결과 1%의 아세틸렌은 금속입자를 둘러싸고 있는 고분자막을 투과하여 쉽게 전환되지만, 99%의 에틸렌은 고분자막에 가로막혀 촉매 반응이 진행되지 못하여, 선택도와 안정성이 기존의 촉매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진된 놀라운 결과를 확인하였다. 

3. 기대 효과
자연계의 효소를 모방하여 원하는 반응물만 선택적으로 전환할 수 있으면서도 매우 우수한 안정성을 가지는 금속 촉매 설계 방법은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가 없던 새로운 개념으로, 향후 높은 선택도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화학반응에 폭넓게 응용 및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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