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닌 광촉매반응과 생체촉매반응을 연결하여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생성하는 인공광합성 성공
향후, 산업적으로 유용한 키랄성 화합물, 의약물질 중간체 등 정밀화학제품을 합성할 수 있기에 산업적 파급효과가 클 것 기대
KAIST(총장 이광형)는 신소재공학과 박찬범 교수 연구팀이 식물의 주요 구성성분인 *리그닌의 광촉매 특성을 규명하고, 리그닌 기반 광 촉매반응과 산화환원 효소 반응을 접목해 태양광으로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생성하는 인공광합성을 성공시켰다고 28일 밝혔다.
▶리그닌(lignin): 식물 목질부를 형성하는 주요 물질로 셀룰로오스 다음으로 풍부한 성분이다. 주로 식물을 지지, 보호하는 구조체 역할을 한다.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진현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세시스(Nature Synthesis)' 3월호 표지논문으로 출판됐다. (논문명: Lignin as a Multifunctional Photocatalyst for Solar-Powered Biocatalytic Oxyfunctionalization of C-H Bonds)
식물의 20~30%를 차지하는 주요 구성성분인 리그닌은 세포벽 형성, 물 수송, 씨앗 보호 및 스트레스 적응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바이오 연료, 펄프 및 종이를 생산하는 목재산업에서 리그닌이 부산물로 대량 배출되는데, 그 양은 연간 5천만 톤에 달한다. 그러나 리그닌은 분자구조가 상당히 복잡한 까닭에 활용이 어려워 95% 이상 소각되거나 폐기되고 있다.
연구팀은 자연계 리그닌이 일반적인 광촉매들이 지닌 작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 리그닌이 광촉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연구팀은 다양한 리그닌 고분자 모델이 가시광선하에서 과산화수소를 생성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한, 분광학적 및 (광)전기화학적 분석을 통해 리그닌이 열역학적으로 해당 광 산화환원 반응(photoredox reaction)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반적인 광촉매는 산소를 환원해 과산화수소를 생성할 때 희생 전자 공여체(sacrificial electron donor, 예: 알코올, 포름산, 글루코스)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요구 조건 때문에 기존의 과산화수소를 생성하는 광 촉매반응은 원자 경제성(atom economy)이 낮고, 바람직하지 않은 부산물이 축적된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리그닌은 희생 전자 공여체 없이 산소와 물을 이용해 과산화수소를 합성할 수 있어 높은 원자 경제성(94.4%)을 보여주며, 부산물 축적 문제에서 벗어난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리그닌의 광 촉매반응을 생체촉매인 퍼옥시게나아제 활성에 적용했다. 퍼옥시게나아제는 유기합성에서 상당히 중요한 선택적 옥시 기능화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효소다. 퍼옥시게나아제는 과산화수소를 필수적으로 요구하지만, 고농도의 과산화수소에 의해 비활성화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리그닌이 광화학적으로 과산화수소를 적절한 속도로 생성하도록 설계해 퍼옥시게나아제가 지속해서 옥시 기능화 반응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박찬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리그닌을 고부가가치 화합물 생성에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ˮ면서, "리그닌의 광촉매적 메커니즘을 더 자세하게 밝혀 리그닌의 촉매 성능을 높이고, 다양한 효소와 접목, 정밀화학제품을 생산하여 산업적 파급력을 높일 계획ˮ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 한국연구재단 글로벌박사 양성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연구개요
배경
리그닌은 지구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바이오폴리머로, 식물에서 세포벽 형성, 물 수송, 씨앗 보호 및 스트레스 적응을 담당하고 있다. 리그닌은 세 가지 페닐프로파노이드 단위체(phenylpropanoid unit)로 이루어져 있으나, 분자구조가 상당히 복잡하여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바이오 연료, 펄프 및 종이를 생산하는 산업에서 연간 5천만 톤에 달하는 리그닌을 부산물로 생성한다. 하지만 리그닌의 분자 구조에 규칙성이 없고 상당히 복잡한 까닭에 다른 분야에 활용하기가 어려워 리그닌의 95%는 소각 및 폐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 한계를 극복하고자 리그닌으로부터 방향족 화합물(aromatic compound)를 추출하거나, 에너지/환경 분야 재료의 구성 요소(building block)로 활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본 연구팀은 기존의 리그닌 활용 방식에서 벗어나, 리그닌이 일반적인 광촉매들이 갖는 작용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리그닌이 광촉매 반응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본 연구에서는 리그닌이 태양의 가시광선을 흡수하여 과산화수소를 생성한다는 것과 퍼옥시게나아제가 리그닌이 제공하는 과산화수소를 이용하여 거울상 특이적 옥시기능화 반응(enantiospecific oxyfunctionalization reaction)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2. 연구 내용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리그닌 고분자 모델(예: 리그노설포네이트, 크래프트 리그닌, 셀룰로오스 분해 효소 리그닌, 인공 리그닌 탈수소 중합체)이 가시광선 하에서 산소와 물을 이용하여 과산화수소를 생성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분광학적 및 (광)전기화학적 분석을 통해 리그닌의 에너지 레벨(energy level)을 분석하여 해당 광산화환원 반응이 열역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밝혔다. 더 나아가 본 연구에서는 리그닌 광촉매반응을 퍼옥시게나아제 효소 반응에 응용했다.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생성하는 퍼옥시게나아제를 장기적으로 구동하기 위해 과산화수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광촉매가 필요하다. 리그닌이 그 광촉매 역할을 담당하여 지속적인 효소적 옥시기능화반응을 유도했고, 한 종류의 거울상 이성질체만을 갖는 생성물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더불어 광효소적 플랫폼에서 세계 최고 효소의 총회전수를 기록했다. 종합적으로 본 연구는 리그닌을 연료 및 화합물 생성에 적합한 광촉매라는 것을 입증했고, 폐기물로부터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예를 제시했다.
3. 기대 효과
바이오 연료, 펄프 및 종이를 생산하는 산업에서 부산물로 생성되는 리그닌은 대부분 소각하거나 폐기되었다. 식물이 자연광합성 과정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처럼 리그닌은 태양에너지를 흡수하여 친환경적으로 과산화수소 연료를 생성할 수 있다. 또한, 리그닌 광촉매반응을 생체촉매 반응과 연합하여 산업적으로 유용한 정밀화학제품 (키랄성 화합물, 의약물질 중간체 등)을 합성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